슈베르트나 차이코프스키의 “미완성교향곡”을 들으며, 어떻게 미완성으로 끝이 났을까 궁금했습니다. 두 사람의 사연을 알고 보니 슬프고 비슷했습니다. 불후의 명작 두 곡은 작곡가들이 가장 힘들 때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과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의 2악장의 선율이 서로 비슷한 선율인 듯 하여 놀라기도 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어디선가 읽은 듯한 데자뷔(déjà vu)를 느낀 적도 있고, 신문 사설이나 칼럼을 읽다가도 다른 신문에서 언제가 읽은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베껴서 쓰지는 않았을 것이고, 아주 오래 된 글도 있는데 어떻게 필자들의 생각과 주장이 비슷한지 다시 한번 놀라기도 합니다.
“이게 뭐, 언제 또 쓸모가 있겠어?” 하면서도 놓치기 아까운 책이 있으면 사서 읽어 보고, 다시 생각하고, 혹시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듯 한 책이 보이면 사서 꽂아 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두세 권이 되는 책도 있습니다. 간혹 좋은 사람을 만날 때 선물로 주면 아주 좋아합니다. 좋은 책을 알아 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겁니다.
인간관계도 그렇습니다. 왠지 다시 만날 것 같은 사람이 있고, 그냥 만나 보고 싶은 사람도 있는데, 좋은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다시 만나게 되더라는 겁니다. 첫 만남이 끝나고 왠지 느낌이 좋지 않거나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전화도 받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도, 페이스북이나 밴드, 블로그 등을 통해 소통을 하고 인사를 나누다 보면, 왠지 만나고 싶고, 차라도 한 잔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명확한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상대방도 그럴 듯 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서점에서 만나고 학술 세미나에서 만나고 커피숍에서도 우연히 보게 됩니다.
졸저를 내면서, 어떤 모임에서 눈 여겨 뵌 교수님께 “추천의 글”을 부탁한 적이 있는데, 그 분이 저를 잊지 않고 이번에는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하셨습니다. 그 분께서 급하게 찾는 강사가 바로 저 같은 사람이었거나 다시 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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